난방 다이어트에도 난방 요금 7만원 7평 원룸 난방비 한 달 만에 3만→10만원 지난해 4차례 가스요금 인상 여파 올해 인상폭 더 가파를수도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원룸에 거주 중인 박모(26)씨는 지난 19일 12월 분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가스비가 인상된다는 소식에 일찍부터 ‘난방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도 난방비가 평소(4만원대)보다 3만원이 더 나온 것이다. 박씨는 “보일러를 틀어도 한기가 도는 오래된 집이라 정말 추울 때 아니면 전기 장판을 틀고 버텼다”며 “온수를 안 쓰려고 헬스장에서 샤워까지 했는데 난방비가 (11월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7만원이 나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난방비 폭탄이 자취방도 덮쳤다. 원룸, 오피스텔에 사는 20~30대 1인 가구들도 가스비 인상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 친구 모임, 자기 관리 등에 쓰느라 집에서는 잠만 잤던 젊은이들에게도 12월 난방비 고지서는 충격이었다.
▶“난방비 한 달만에 3만원→10만원”=서울 강서구 7평 원룸에 거주 중인 직장인 장모(30)씨는 11월 17만원이었던 관리비가 2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난방 관련 요금이 전월 대비 3배나 더 나왔다. 난방비 4만5000원, 열 손실금 2만1780원, 온수 요금 2만2270원, 전기료 1만3270원. 총 10만2320원이다. 열 손실금이란 공동 난방 방식을 사용하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건물 기계실에서 세대까지 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으로, 전 세대가 나눠 내는 일종의 ‘공동 난방비’다.
장씨는 “코가 못 참게 시리거나 먹고 있는 음식이 차가워질 정도가 아니면 온도를 높이지 않았다”며 “정말 추웠던 12월 마지막 주에 퇴근하고 나서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9시간 정도 난방을 튼 게 전부다.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장씨가 11월에 낸 난방 관련 요금은 난방비 4760원, 온수 9180원, 열 손실금 9680원, 전기료 1만1490원 등 총 3만5110원이었다.
▶가스비 인상 후폭풍…“‘제2의 월세’ 수준, 남은 겨울 아껴야”=‘난방비 폭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총 4차례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올렸다. 주택용 요금의 경우 지난 1년간 1 메가줄(MJ) 당 14.22원에서 19.69원으로 38%나 상승했다. 11월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가스비 인상을 체감하지 못했지만, 12월 한파로 보일러를 튼 가정이 많아지자 인상 효과가 가시화됐다.
12월 고지서를 받아 든 시민들은 혹독한 난방비 절약을 결심 중이다. 1인 가구 박모(41)씨는 “난방비 생각에 올 겨울 보일러를 아예 틀지 않았다”며 “남은 겨울도 전기장판으로 버틸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원룸 계약할 때는 평균 관리비가 10만~15만원이라더니 난방비 때문에 월세를 또 내는 기분”이라며 “원룸 사는 사람들은 없이 사는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인데 요금 감면에서도 소외된다. 차가운 음식을 먹으며 아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내세우며 가파른 인상을 예고했다. 산자부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스 요금을 2023년 1MJ 당 8.4~10.4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인상분(5.47원)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