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비각과 해은정에 여울지는 겨울 빛

 

 

 

▲겨울의 틈을 비집고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 해은정

 

일전에 마사 마사터널을 가면서 도로 위에서 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곳을 다녀오기로 하고 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김해시 한림면 금곡로에 위치한 모정마을 안에 있는 모정비각과 해은정이더군요.

잠시 바람도 쐴 겸 제가 다녀온 곳을 함께 둘러보실까요?

 

 ▲겨울 하늘과 잘 어우러지는 해은정의 모습

 

해은정(海隱亭)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당한 굴욕에 분함을 삭히지 못한 광주 노씨 해은 노한석 공이 은거하면서 세운 정자예요. 해은정중건상량문에 보면

침낙류이축실용해은이게미(枕洛流而築室用海隱而揭楣) 라는 내용에서

"낙동강 흐름을 베개 삼아 정자를 세우고 해은정 현판을 걸었더라."라고 해은정을 언급하고 있답니다.

 

▲배롱나무 푸조나무와 함께 겨울을 지내는 해은정

 

2006년 배수장 능력을 높이는 공사를 하며 이른바 '하상 정비'까지 하는 바람에 습지 경관을 많이 잃었으나 지금은 좀 나아진 화포천 언덕에 세워진 정자는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사계의 아름다움을 소소하게 품어내고 있는, 아직은 덜 알려진 곳이랍니다. 정자 앞 언덕에 비스듬히 오랜 시간을 자리 잡은 배롱나무에 꽃이 필 여름의 모습을 그려보았네요.

 

▲해은정 옆에 세워진 모정비각

 

해은정 옆에 작은 비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모정 비각(慕禎碑閣)은 1909년에 그 내력을 적어 세운 공의 유허비에 용과 연꽃 단청으로 장식한 비각이래요.

비각 안 빗돌에는 '贈吏曺判書海隱盧公之遺墟'(증이조판서해은노공지유허)라 적혀 있는데, 주인공은 호가 '해은'인 노씨 집안 사람으로 세상을 떠난 뒤 이조판서 벼슬을 받았다는 의미인가 봐요.

 

노을이 아름답게 드리운다는 모정비각과 해은정을 둘러보며 호젓한 감성에 자작시 한 편 지어보았네요.

 

 

▲겨울 빛 가득한 모정비각과 해은정

 

 

 

 

 

모정 비각과 해은정/조윤희

 

 

 

해의 날개 자락이 드리운

비탈진 언덕 쪽으로

하늘을 담고 구름을 채워

흐르는 세월을 유유히 그려낸

화포천의 물길을

속살 드러낸 큰 배롱나무들이

겨울을 안고 섰다

 

마을을 지킨다는 당산나무 아래는

연꽃 단청 단장한 모정비각과

해은정의 모습이

잊혀진 세인들의 역사 속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켰고

세찬 바람만 오가는 철새들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지나간다

 

배롱꽃 가득 찰 어느 꽃 날을 꿈꾸며 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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