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남 지역은 역세권이란 말과 별 관련이 없었다. 이제는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김해∼부산 경전철이 내년 4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마창진 통합시가 출범하면 마산-창원-진해를 잇는 도시철도(노면 전차)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마산과 부산 부전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도 올해 착공된다. 수도권 지하철에는 못 미치지만 이에 버금가는 도시 철도망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네 번에 걸쳐 조심스럽게 경남 지역 역세권 이야기를 꺼내 본다.

역세권 하면 우선 지하철이 떠오른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울수록 부동산 가격이 높다.

다음으로, KTX 정차역 주변을 생각할 수 있다. 수도권으로 가는 빠른 교통수단으로 비행기보다 KTX를 꼽는 이가 많다. 그래서 부산, 대구 등 중요 정차역 주변은 한때 역세권 개발 계획으로 떠들썩했다.

현재 경남에서 철로는 중요 교통수단이 아니다. 시내는 주로 택시와 버스를 이용한다. 다른 시군을 가려면 대부분 시외버스를 타는 게 편하다. 부산에 가는 일도 기차보다 버스를 타면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하지만, 앞으로는 마산, 창원, 진해, 김해, 부산이 도심 철로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김해∼부산 경전철과 마산∼부산 부전 간 복선전철은 바로 부산 지역 지하철역으로 이어진다.

이 중 마산, 창원 구간은 마창진 도시철도와 바로 연결될 수 있다. 잘만 연결하면 마창진 통합시와 김해시, 부산시가 하나의 큰 대중 교통체계로 통합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광역 교통체계의 근간이 되는 도내 도시철도 구간 주변이 마치 수도권 지하철 역세권처럼 바뀔 가능성이 작지 않다.

올해 말이면 KTX가 삼랑진에서 창원을 거쳐 마산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이어 2012년이면 함안을 거쳐 진주까지 KTX가 이어진다. 지금 마산역과 창원역은 청사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KTX 역세권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해 KTX 역사 주변을 복합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 경남은 수송 기계, 융합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으로 분류됐다.

이에 맞춰 지난해 11월 마산시가 마산권 역세권 개발 계획을 내놨다. KTX 마산역사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에 공동주택, 업무·근린·숙박·판매 시설, 전시관람시설, 운동·문화·특수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창진 통합시 도시계획 체계 안에서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마산역 주변은 다른 시군은 물론, 부산, 수도권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성황을 이룰 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계획들이 당장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성우 부경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경남권은 철도망 자체가 잘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시철도 등으로 광역 교통망이 확충된다면 대중교통 접근성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부동산 특성상 철도 주변 지역이 인기를 끌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심형석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도 일단 교통 환경이 나아지면 부동산 시장으로 봐서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철로 교통망이 좋아지는 게 지역으로서는 꼭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수도권으로 가는 교통이 편리해지면 오히려 지역 경제력을 수도권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