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피우며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잠자리 하나가 원을 그리며 처마 위로 사라진다. ‘큰 대’자로 누웠더니 비몽사몽간에 짧은 단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10여 분이나 지났을까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후 두리번거리니 방금 매표소를 통과한 한 가족이 전시관 안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에 들어오자마자 원두막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름 오수까지 즐기고만 여행자는 몸을 툴툴 털고 전시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간혹 장난기 도는 말도 들린다.
“옛날에 쓰던 것 버리지 말걸.... 가지고 있으면 골동품 되는 건데....”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이 단순히 보여주는 전시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계절에 맞는 여러 가지 이벤트도 진행 중인데 마침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봉숭아 물 들이기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봉숭아 잎을 따서 손톱을 물들일 수 있다. 예전에는 동네 장독대나 담장 밑에 흔하게 피어나던 것이 봉숭아였었고, 봉숭아 잎을 따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만큼 재미있는 놀이나 멋 내기도 없었다. 봉숭아 물 들이기가 어린이들만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처녀들도 물을 들인 후 첫 눈 올 때까지 남아있기를 빌곤 하였는데, 이는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계절에 상관없이 봉숭아물을 흉내 낸 인공 염료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기 때문에 돈만 들이면 손 쉽게 손톱을 물들일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자연과 함께 멋을 부리던 우리네 전통 농촌문화는 온 데 간 데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