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가는 사람에겐 잘 가시라 다정하게 인사한다. 집에서 만든 식혜를 들고 나와 함께 나눠 마시기도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초저녁엔 막걸리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그 옛날 고향집 사랑방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곳, 바로 ‘진례’라는 한 시골마을의 버스정류장(진례파출소) 속 풍경이다.

2006년 진례면에 터를 잡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올해 상반기 기획전 <진례다반사>에서 ‘건축과 사회’라는 주제를 통해 미술관을 품고 있는 ‘진례’와 직접 소통하고자 했다. 전시 참여팀인 ‘건전지(안재철,송종목,나춘선)’와 함께 진행한 <버스 쉘터>도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다.

“진례파출소 앞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정류장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휴식을 취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쉼터로 그곳을 활용하고 있지요. 비 가림용 플라스틱 지붕과 녹슨 철골 구조물이 전부인 그 공간이 마을 주민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보통의 다른 정류장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안재철 작가는 <버스쉘터>디자인의 가장 첫 번째 목표로 ‘개방감과 투명성’을 꼽았다. 공간을 차단하는 담벼락 대신 한국 전통의 대나무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브릭스크린(Brick Screen)’으로 개방성을 확보하고, 브릭스크린의 일부를 투명 아크릴 소재의 벽돌과 분청유를 발라 구운 도자 벽돌을 사용해 시원한 시야는 물론 도자마을이라는 진례의 지역적 특색도 함께 녹여냈다.

도자벽돌 제작에는 실제 진례 지역 도예가인 노산도예의 김흥배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건전지팀이 밝힌 참여후기에는 ‘건축과 사회’라는 큰 주제를 프로젝트에 녹여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저희들은 그저 따뜻한 쉘터로써의 공간으로 감싸주는 일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아! 우리 마을 다왔구나! 하는 마음의 쉘터로써 푸근함을 한번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새 마을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버스 쉘터>가 바로 그러하다. <버스쉘터>가 담아내는 마을의 모든 이야기와 삶이 지금처럼 정겹고 따뜻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