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메우고 있는 공보의·군의관 관련 "파견병원서 동일한 법적 보호" '집단사직' 초읽기 의대교수들 향해 "진심으로 전공의·학생 걱정한다면 복귀 설득하라"
중증·응급환자 치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여전히 '3분의 1' 가까이 경증환자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는 대형병원들이 응급실 수용 여력을 확보하고 '중증 적시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15일부터 경증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 분산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안내하여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도 분류 인력에 대한 정책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부연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낮춰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은 전공의 이탈 이전보다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대비 27%에 이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인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전공의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중증·응급도에 맞는 환자 전원·이송에 공력을 쏟고 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진료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1일부터 상급종합병원 등 20곳에 파견된 공중보건의·군의관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지원도 약속했다.
이 중엔 이미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임상 경험이 부족한 일반의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전문의 62명, 일반의 92명). 낯선 환경에 급파된 만큼 밀려드는 업무에 더 고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조 장관은 "정부는 파견 병원과 긴밀히 협력해 충분한 의학적 지도와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여건 조성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진료 중에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는 파견기관이 소속 의사와 동일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속 의사들이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는 병원들은 이번에 파견된 공보의·군의관도 포함하도록 계약을 갱신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료 추가분(分)은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 분들은 공무원과 군인 신분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국가 재난상황에서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연이어 사직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서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 장관은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분들을 위해 병원 이용을 기꺼이 양보하고 있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한분 한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의료진들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뜻을 돌이켜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어 "의사는 환자 곁을 지킬 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 지금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는 '필수·지역의료 살리기'와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재차 강조하며 "전공의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의료계 발전을 위한 논의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대본은 이날 회의에서 의료분쟁 조정·감정제도의 공정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함께 소송 제기 전, 환자와 의료인이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의료분쟁 조정·감정 제도혁신 TF'도 신속히 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