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아직 한참 어려." 

미성년자라도 결혼을 하면 성년자 취급해주는 이 나라의 법도를 떠올린 나를 이미 간파했 

나보다. 

"이혼 같은 건 생각하지 않나요?" 

"절대." 

그는 여전히 앞만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요." 

그제야 그는 나에게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 

"생긴다면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될 거 아니에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우스웠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무덤 

덤하게 내뱉은 나의 말에도 환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제멋대로 생각하는군." 

"뭐가요." 

그는 전혀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있는 나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고,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는 어느새 도착한 경영관 앞에 내려주었다. 차 문을 열어주려 

는 매너를 단번에 거절하는 나를 보고 못 당하겠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말이다. 

강의실 문을 열었더니 출석 체크를 하고 있던 조교의 "류비원."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 

다. 나는 "네."라며 간만에 찾은 이 강의실에 지각하지 않고 들어온 나의 존재를 알렸다. 헌 

데, 내가 앞문을 열어 재꼈나보다. 그러니 다들 똑바로 앉아서 나만 쳐다보고 있지 않겠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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