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이 13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 위대한탄생’ 콘서트를 열었다. [사진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남녀노소 관객층이 조용필 음악의 넓은 폭을 대변했다. 주로 중·장년층이지만, 부부, 모녀, 형제자매 등 다양한 조합의 팬들은 다들 들뜬 표정이었다. 폭죽 쇼와 함께 무대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거대한 LED 화면을 뒤로하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쓴 조용필이 등장했다. ‘조용필식’ 록의 절창으로 평가받는 7집 수록곡 ‘미지의 세계’로 콘서트 문을 연 그는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로 시동을 걸었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습니다. 다 아시니까 그냥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 수십 년을 함께한 팬들과 소통하는 데 굳이 말은 필요 없었다. 노래만으로 진한 교감을 나눴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딱 세 차례 발언했다. 그마저도 2~3분 남짓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앵콜곡 등 25곡의 명곡으로 꽉 채웠다.
‘단발머리’ ‘어제 오늘 그리고’ 등에서는 조용필 특유의 쫀쫀한 창법과 리듬감이 여전했다. 야외 공연장을 휘도는 바람도 그의 낭랑한 목소리를 가리지 못했다. 그는 공연 도중 “맞바람 때문에 콧물이 나온다”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유지했다. 1997년 16집 수록곡이자 여러 후배가 리메이크해 국민 노래가 돼버린 ‘바람의 노래’를 부를 땐 고개를 뒤로 살짝 젖히고 하이라이트 고음을 내질렀다. 뭉클한 공기가 공연장 전체에 퍼졌다.
밴드 ‘위대한 탄생’이 전주를 시작할 때마다 객석 분위기가 시시각각 바뀌었다. 지난해 콘서트에서 미처 부르지 못했던 ‘창밖의 여자’ ‘친구여’에선 잠실벌에 떼창이 울려 퍼졌다. ‘비련’의 첫 소절 ‘기도하는~’에 이어선 예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여러분의 소리가 나오는 노래”라고 했다.
평소 공연에서 잘 부르지 않던 초기 히트곡도 모처럼 선보였다. “하도 안 하니까 항의가 들어오더라”라며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5년 발표해 오늘의 조용필이 있게 한 곡. 1980년 1집 수록곡 ‘잊혀진 사랑’을 부르기 전, 조용필은 “이 노래는 사실 여러분 곡이다. 저는 TV에서 한 번도 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