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에 관한 4가지 실험

아이들은 울음, 미소, 옹알이 등의 타고난 애착 시스템을 이용해 엄마에게 먼저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엄마가 적절히 반응해 정서적 상호작용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애착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때 형성된 애착 유형은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원형이 된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와 메리 에인스워드의 아래 4가지 실험을 근거로 애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안정적인 애착을 만드는 열쇠, 제대로 된 애착 형성이 주는 선물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test 01 원숭이 실험 1: 어미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먹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감촉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습성을 지닌 원숭이 종족의 새끼들을 실험실로 데려와 생명이 없는 원숭이 모형의 대리모를 이용해 키웠다. 이 대리모 중 하나는 젖병은 달았지만 차가운 철망으로 몸통을 만들었고, 또 하나는 몸통에 부드러운 천을 씌웠지만 젖병은 달지 않았다.

그리고 두 대리모가 있는 우리 안으로 새끼 원숭이를 넣었다. 모든 새끼 원숭이들이 젖을 먹을 수 있는 철사 대리모보다 천으로 된 대리모에게 달라붙어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새끼 원숭이들은 젖을 먹을 때만 철사 대리모를 찾았고, 그 외의 시간은 천으로 덮인 대리모 곁에서 보냈다. 어미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먹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접촉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test 02 원숭이 실험 2: 신체 접촉 없이는 지능발달도 없다 새끼 원숭이에게 접촉을 차단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들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마다 접촉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기간뿐만 아니라 몇 가지 조건을 다르게 설정해 실험했다. 이를테면 새끼 원숭이와 진짜 어미 원숭이를 함께 넣은 우리가 있는 반면, 새끼 원숭이와 모형 대리모를 넣은 우리도 있었으며,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넣되, 다른 원숭이들을 볼 수 있도록 한 우리도 있었다.

그 결과, 혼자 격리되어 자란 원숭이들에게서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다. 다른 원숭이와 함께 어울리지 못할 뿐 아니라 성에 흥미 조차 보이지 않았다. 또한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하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호기심이 적어 환경을 탐색하는 것도 서툴렀고 자신의 몸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test 03 낯선 상황 실험: 애착의 질은 엄마의 육아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드는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애착 유형을 분류했다. 낯선 상황 실험이란 생후 12~18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엄마와 낯선 사람이 교대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 애착 유형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을 재연해 애착 형성 유형을 측정해봤다.

먼저 방 안에 장난감들과 의자 2개를 놓아두고 방 안에서 약 3분 동안 부모와 아이가 놀게 했다. 3분 후 낯선 여성을 방으로 1분 정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1분 동안 엄마와 얘기를 나눈 후, 아이에게 접근해 1분 정도 놀도록 했다. 그 사이 엄마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이후 엄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아이의 반응을 3분 정도 살펴본 후 다시 엄마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다시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실험 결과, 아이는 엄마와 있을 때 편안하게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주변을 탐색했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도 큰 거부반응이 없었으며 엄마가 방을 나갔을 때는 순간 당황해 방문 앞으로 달려갔지만 엄마가 돌아와 안아주자 금방 안정을 찾고 다시 장난감에 열중했다. 이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돈독한 전형적인 안정애착 관계를 가진 아이다. 엄마와의 상담 결과, 아이가 울면 바로 젖을 물리며 모유 수유를 하고, 자주 안아주는 등 아이의 요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test 04 애착실험: 엄마의 감정이 애착을 방해한다 낯선 상황 실험 방식을 그대로 활용해 3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애착 실험을 해보았다. 엄마와 아이를 장난감이 있는 방에 데려다놓은 후, 일련의 상황들을 3분씩 연출하고 엄마가 방을 나갔다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그런 다음 엄마들과 인터뷰해 지금까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확인했다. 아이의 행동과 엄마의 인터뷰 내용을 대조해본 결과, 실험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엄마의 양육 방식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적용돼 아이가 왜 불안정애착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파악하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첫 번째 아이 엄마가 오고 가는 것에 힐끗 한 번 쳐다볼 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회피애착 유형이다.
엄마 인터뷰 “솔직히 제겐 집안일과 제 일이 우선이에요. 일을 다 마친 후 아이와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두 번째 아이 엄마가 곁에 있을 때는 물론, 방을 나갈 때도 극심한 불안감을 표출했다. 엄마가 돌아와 안아줘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저항애착을 가진 아이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엄마 인터뷰 “제 기분에 맞춰 아이를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기분이 좋으면 아이가 무엇을 해달라고 해도 잘 들어주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너 혼자 놀아’ 하는 등 내 감정을 아이에게 전이시키죠.”

*세 번째 아이 방에 자신과 낯선 사람만 있다는 것을 알고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들어오자 아이는 뒷걸음질치며 선뜻 엄마한테 안기지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엄마 인터뷰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 옆에 잘 있어주지 못하고, 이유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죠.”


나와 우리 아이의 애착 유형은?
애착 형성 유형은 크게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으로 나뉘며, 다시 불안정애착을 ‘회피애착’, ‘저항애착’, ‘혼란애착’으로 분류한다. 아래의 애착 분류법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애착 유형을 살펴보고 제대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뒤돌아본다.

질문에 O, X로 체크한다. O가 가장 많이 체크된 유형으로 진단해본다.
단, 체크리스트만으로 애착 유형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yes가 5개 이상 나온 컬러 박스에 주목할 것!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안정애착
대부분 먹고 놀거나 안심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등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엄마들은 아이와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 아이라 할지라도 양육자가 아이의 신호에 빨리 반응하고 적절한 도움을 준다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봐도 우리 엄마처럼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기대를 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는 동안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성인으로 성장한다. 사회성이 발달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며 안정을 찾고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원만한 또래 관계를 맺어 요즘 엄마들이 걱정하는 왕따 문제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아주 편안한 사람, 남을 믿을 수 있는 사람, 남하고 잘 지낼 수 있는 사람, 또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기댈 줄 알고 남이 필요로 하면 그 요구를 받아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 대인관계 능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원만한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부모의 양육법이 문제” 저항애착
엄마가 곁에 있을 때는 물론, 곁에 없을 때 극심한 불안감을 표현하고, 엄마가 돌아와서 안아줘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는 저항애착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떤 때는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떤 때는 이를 무시하는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를 가진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저항애착을 보인다.

수시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엄마의 모습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화가 나 엄마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과장된 애착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저항형은 회피형과 마찬가지로 타인과 접촉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방법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유형의 아이 대부분은 유치원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인다.

저항애착을 가진 아이는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커 부모나 선생님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고, 친구들에게도 잘 보이기 위해 늘 조바심을 낸다. 자신과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배신감을 쉽게 느낀다.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더 사람에게 집착하게 된다.

“엄마를 무시하고 회피한다” 회피애착
회피애착을 가진 아이의 엄마 대부분은 평상시에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짜증을 내며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엄마한테 거절 당했던 기억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안아주고 진정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않게 된다.

결국 엄마를 향한 애착행동을 포기하고 엄마를 무시하고 회피하면서 이와는 반대로 아이를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강압적으로 보살피는 엄마들의 아이 중에서도 회피애착아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자고 싶고, 쉬고 싶은데 자꾸 말을 걸고 귀찮게 해서 아이가 엄마를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회피형은 다른 사람과의 긴밀한 관계를 피하는 경향이 짙다. 타인을 믿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어 주로 혼자 노는 경우가 많고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지만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 외롭지만 어울리는 게 두려운 것이다. 자아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는 회피라는 감정이 이후에 폭력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 좀 더 자라면 부모나 교사, 또래와의 관계에서 비협조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하므로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불안애착 중 가장 위험하다” 혼란애착
혼란애착을 보이는 아이들의 엄마 대부분은 대체로 아이 양육에 대해 무기력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는 아이를 신체적, 성적, 감정적으로 학대하거나 전혀 돌보지 않으며 내팽개쳐두기도 한다. 이런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엄마가 위로의 대상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불안감의 대상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어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다. 엄마에 대한 공포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것.

사실 불안정애착 중 가장 위험하고 염려스러운 유형이 바로 이와 같은 혼란애착 유형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짐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타인은 다가가고 싶지만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며 이상행동까지 보인다. 세상에 대해 적대적인 동시에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기 쉽다. 심각한 경우 심리, 발달 면에서 장애가 나타나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