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지 않는 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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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위의 꿈 작성일10-01-21 02:27 조회93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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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지 않는 날 바다가 시작 되는 선착장에 나가 털썩 주저 않고 싶더군요
갈매기가 날아와 나를 가로채 가도 영혼은 그대로 놓아 두겠지요
그저 시가 담겨있는 내 몸뚱아리를 가져가도
진짜 남은 것은 시를 위해 존재 했던 나는 남는 거지요
바람이 짜게 불어 오는 것은
세월이 너무 삶을 핍박해서인가 봅니다
나그네 같은 마음을 담고 사나요
오래 머물지 않고 유유히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착각 하나요
아무도 이제 여기를 지키지 않을 겁니다
시인이 살지 않고
시인이 술먹지 않는 주막에는 등불이 흔들립니다
누가 이런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개발로 허트러진 곳곳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나요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서로를 얼싸안고 떠나간 이를 위해 생각합니다
이제 시가 되려나 봅니다
시인을 지켜볼이도 없고 기억해 줄이도 없는 이밤에
마구 터져 나오는 코피를 움켜쥐고 한 줄의 은유를 빗어야 합니다
나갈 것은 다나가고 내안에 있던 모든 찌꺼기가 떠나가고
이제 시가 될 것 같습니다
어디를 다녀 왔는지 헤아릴 수 없는 길을 다녔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나를 원망해야 하는지도 잊었습니다
왜 나가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길이 없어
세상에 만들어진 길을 향해 걸었습니다.
이제 돌아갈 길도 돌아갈 날도 저문다는 생각을 하니 서두르는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시가 되려나 봅니다
왜냐면
느껴울어 어깨가 내려 앉는다 해도
생경한 말들을 골라 버리고
익숙한 언어들로 만들어 보려해도 쓸 만한 말들이 모두 떠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말을 끄집어 모아 놓으면 시가 되던지
그저 남은 찌그러진 애닲음이 되던지
그런 흉물덩어리로 남던지 상관하지 않을려니까요
더이상 배앝을 욕된 고뇌도
업의 이어짐도
없으리라 생각 하고 싶습니다
그저 시인이 있어 시가 나오고 그를 위해 노래하는 묵묵한 나무이고 싶습니다
나무
그저 나무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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