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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뮤직슐레에서 잃어버린 길을 묻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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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10-19 14:39 조회3,0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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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뮤직슐레에서 잃어버린 길을 묻다
  • 수정 2017.10.18 10:19
  • 게재 2017.10.18 10:18
  • 호수 343
  • 19면
  • 김세훈 마르떼 대표(report@gimhaenws.co.kr)
▲ 김세훈 마르떼 대표

"스스로 음악을 연주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면 그것이 사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2003년 독일에서 시민음악학교(뮤직슐레)들의 수가 줄어들기자 요하네스 라우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밝힌 내용이다. 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이 시에서 운영하는 작은 시립음악학교들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 직접 나선 것이다.

독일은 바흐, 베토벤, 바그너, 쇤베르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는 작곡가 등 세계적으로 훌륭한 음악가들을 많이 배출한 나라다. '꿈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지방 어디에 가더라도 유서와 전통이 깊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오페라단이 있다. 부산 인구의 절반밖에 안되는 함부르크에는 10년 동안 무려 약 1조 300억 원을 들여 엘프 필하모니 연주홀을 지었다. 그래서 독일은 전세계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희망하고 연주활동을 하고 싶은 나라이다. 

독일이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근원은 따로 있다. 바로 아래에서부터 성장시키는 예술정책 독일시민음악학교, 뮤직슐레다. 1923년 프리츠 외데가 베를린-샤를로텐베르크에 최초로 세웠고, 지금은 전국에 930개 이상이 있다. 교사는 3만 9000여 명, 학생은 어린이·청소년·성인을 합쳐 140여만 명에 이른다.

뮤직슐레는 대부분 시에서 운영한다. 시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원한다. 수강생이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다면 강의료 절반만 부담하고 악기를 빌리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악기 대여 제도다. 전문 악기관리사가 중고악기를 수리해 감정을 통해 전체 금액을 책정하고, 월 임대료는 적당한 수준에서 정한다. 수강생은 악기 임대계약을 맺고 월 임대료를 지불한다. 도중에 다른 악기로 변경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 반납해도 된다. 이때 악기 금액만큼 임대료를 지불했다면 악기 소유권은 수강생에게 넘어간다. 쉽게 살 수 없는 악기와 음악에 접근성을 높이는 훌륭한 제도다.

뮤직슐레의 교육과정은 개인별 수업부터 소규모 앙상블, 합창, 오케스트라, 더 나아가 뮤지컬 수업까지 그룹별 수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세 단계에 걸쳐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고급단계에서 음악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이 양성된다. 

뮤직슐레에서는 평생교육의 형태로 지속 가능한 음악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적 효과를 보인다. 3만 9000명이라는 교사 수는 음악 분야의 고용창출과 고용안정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에게 음악진로를 선택했을 때 향후 취업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140만 명이라는 수강생 숫자는 뮤직슐레와 연관돼 있는 음악시장, 특히 악기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유수의 악기제작사들이 독일에 많고, 고가의 악기들이 세계각지로 수출되는 것은 어쩌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뮤직슐레는 또 지역 음악축제와 음악경연대회 등을 주최한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 발전과 음악영재 육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뮤직슐레가 강조하는 축제 공동체와 프리츠 외데가 강조하는 사랑의 공동체는 뮤직슐레의 프로그램 중 그룹 형태의 앙상블교,및 합창·합주, 뮤지컬 수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는 문화 공동체의식의 성장을 이끌어 주며 지역의 문화네트워크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쳐 종국에는 지역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독일은 두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하는 바람에 전통음악인 클래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에서부터의 음악정책인 뮤직슐레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기에 독일은 클래식의 본고장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대통령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작은 뮤직슐레의 수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면서 국민 성명서를 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라우 대통령의 마지막 말로 글을 맺는다.

"독일 음악교육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위치를 차지해야 하고, 이미 상실된 부분은 반드시 되찾아야 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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