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어제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선언하고 김해시민에게 “고향의 품에 돌아온 자식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면 새로운 출발선에 서 출발하겠다”고 호소했다. 국회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갖가지 흠결로 낙마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자신의 지역구를 바꿔 정계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한마디로 낯이 두꺼운 김 전 지사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그의 출마선언은 김해 시민, 나아가 국민을 업신여기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보선 출마의 변에서 자신의 ‘역량부족’을 언급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드러났던 각종 흠결을 지금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그의 말 속에 담겨 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거듭 허위 증언을 한 것이 흠결이 아니라는 말인가. 또 그는 도청 직원이 가사 도우미로 근무하고, 부인이 관용차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되어 이름이 오르내렸던 김 전 지사가 박연차 게이트로 공석이 된 자리를 노린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아이러니를 본다.

그는 역량 부족과 함께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전혀 진정한 반성의 기미를 느낄 수 없다. 대신 오직 권력의 ‘한자리’만 차지하면 자신의 과오를 덮을 수 있다는 정상배의 모습만 느껴질 뿐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연예인들도 스캔들이 생기면 일정기간 자숙을 하는 법이다. 그런데 김 전 지사는 총리 후보 낙마 반년 만에 돌아와 ‘반성 없는 반성’을 하고 “일하고 싶어 미치겠다”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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