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월급 고스란히 모아야 서울 30평 전세세계일보|입력2012.12.25 20:23
[세계일보]우리나라의 전세보증금이 최근 2년 새 24%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구 소득증가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월세보증금도 같은 기간 16% 넘게 뛰었다.

올해 주택 1채당 전국 평균 전세금은 사상 처음으로 1억원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중형 아파트에 전세를 살려면 한 푼을 쓰지 않고 꼬박 5년 넘게 모아야 한다. 서민들에겐 집값보다 더 무서운 게 전월세값 폭등이다. 소득보다 더 빨리 뛰는 전월세 자금을 마련하자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꾸는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게 되는 것이다.





◆'거북이 걸음' 소득에 뜀박질하는 전월세'값


25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주택 1채당 전세금은 전국 평균 9274만원에 달했다. 2010년 7496만원에 비해 23.7% 뛴 수준이다.

전세금 증가율은 전세입자의 평균 소득 증가속도를 압도했다.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은 올해 438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세금 증가율이 소득에 비해 두 배나 빠른 셈이다.

347만 월세가구의 보증금도 2010년 가구당 평균 1127만원에서 올해 1311만원으로 16.2% 늘었다.

전월세 보증금이 늘면서 금융회사에서 받는 보증금 대출도 급증했다. 올해 부채보유 가구당 전세보증금 대출액(담보대출+신용대출)은 1년 전보다 36.2% 급증했다.

이처럼 전월세값이 급등한 것은 최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매매보다는 전월세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이 집 없는 서민에게 전월세값 상승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전세 살려면 꼬박 5년은 모아야


현재 우리나라 전세입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2.1년을 꼬박 모아야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올해 전국 평균 전세보증금(9274만원)과 전세가구의 경상소득(4380만원)을 비교한 결과다.

서울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강남의 중형 아파트에 전세를 들려면 7년 이상은 꼬박 모아야 한다. 부동산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가 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전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4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82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용면적 84㎡(30평)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시세는 2억4893만원이었다.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 전세금을 구하려면 도시근로자(작년 3인 이하 가구의 월소득 425만원 기준)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도 4.9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는 전셋값을 모으는 기간이 7.4년으로 가장 길었다. 서초구의 전용 84㎡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7785만원이다. 학군이 좋은 강남구는 84㎡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7289만원, 장만 기간이 7.3년이었다.

월급쟁이가 전용 84㎡ 전셋집을 구하는 기간이 가장 짧은 지역은 금천구도봉구로 3.4년이었다.

박찬준·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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