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 녀석 안달 날만 하군." 

"아버지." 

시아버지 되실 분이 나를 보고 능청스레 말씀하시자 그가 무슨 말을 막듯이 낮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 며느리 식사 하셔야지." 

자신의 아들은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듯 쳐다보지도 않고 나에게 씽긋 웃어 보이며 식당으 

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능청스러운 미소는 이 집안에 뿌리 박힌 내력인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이 집안 사람들이 군살 없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 

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진수성찬이 뭔지 두 눈으로 

직접보고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로 얼굴 맞대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따로따로 식사 

하는 우리 집과는 전혀 다른 상차림에, 다소 썰렁할 수 있는 넓은 식탁을 메워주는 훈훈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milkbet.com

"원래 이렇게 먹어요?" 

정말로 궁금해서 내 옆에 앉은 그에게 진지하게 물었더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 될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시부모님 되실 분들과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뭔가를 하고 있는 가정 

부 아주머니의 어깨도 들썩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내가 말을 잘못한 건 

가…. 

"그게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진지하게 물을 말이야?" 

젠장, 진지한 내 삶의 태도가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에게 인 

상을 썼더니 그는 내 손에 젓가락을 들려주며 많이 먹고 빨리 크라는 소리를 지껄였다.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먹을 것인데 멀리 있는 음식을 내 앞에 몰아주기까지 하다니, 내 식 

탐을 온 집안 사람에게 널리 알릴 생각인 것 같은 그를 보고 허허 웃으시는 아버님이라는 

분을 뵈니 괜스레 민망하기까지 했다. 

젓가락을 뗄 수 없는 음식들을 처리해 나가면서 내 결혼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말들을 듣 

게 되었다. 그와 함께 근처 빌라에 살게 되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주머니가 일해주러 가 

실 거라고 한다. 집안 일을 전혀 해보지 못한 나를 위한 배려라는 건 잘 알지만, 집에 사람 

드나드는 걸 싫어하는 나는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그 큰 집안 살림을 유 

모 혼자서 도맡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냐는 당돌한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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