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걷는 맨발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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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소정 작성일19-06-26 17:31 조회294회 댓글0건 내용복사 즐겨찾기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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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날이냐?"
"약혼식."
남의 일 말하듯 덤덤한 나의 말투에 지유는 이마에 올린 팔을 떨구고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류비원 약혼식이래."
넓고 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곳의 마룻바닥에 누우며 지유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일깨워 주었다.
"누구랑…."
"몰라."
"누군지도 모른다고?!"
"도망쳤으니까."
"………."
"2층에서 뛰어내려서 도망쳤으니까…."
양팔을 들어올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서 내 관심을 끄는 특이한
조명을 이리저리 관찰해 보았다. 스틱형의 메탈 소재로 꽤 기하학적으로 디자인 된 그것이
텅 비어 버린 새하얀 머릿속의 한 구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다. 그런데 지유가 갑자기 소
파에서 일어나더니 내 양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 이리저리 휙휙 돌려보았다.
"뭐 하는 짓이냐?" milkbet.com
"다친 데 없냐?"
"워낙 튼튼한데 그럴 리가 없지."
"풋…. 나뭇가지에라도 걸린 거냐."
"뭐, 비슷한 거야."
"뭐에 걸렸는데."
"사람."
"뭐?!"
"내 밑에 깔렸는데…."
아…. 젠장, 아까 그 일이 생각나 버렸다.
내가 말을 하다가 끊어버리자 지유는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미안. 올 데가 없었어. 지윤이네는 부모님이 계시잖아…."
어스레한 저녁 무렵, 대문을 열고 나와 크고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쭉 늘어선 넓은 골목을
뛰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에 발을 디뎠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은 질색이지만
나를 가려줄 수 있는 그 틈에 섞여서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했
다.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예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걷는 맨발의 여자를 보고 무슨 구경거
리라도 되듯 하나같은 따가운 시선이 나를 향했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쫓아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공원 벤
치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문득 혼자 살고 있는 지유가 생각나서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이 곳의 주소를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온 것이다.
지유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다지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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