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창가에만 시선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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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요환 작성일19-06-29 13:39 조회208회 댓글0건 내용복사 즐겨찾기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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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고, 또 자고 싶어?"
누울까 말까 고민하며 옆으로 보이는 남은 자리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나는 마지못해 고개
를 들었다.
"단지 눕고 싶을 뿐이에요."
그는 나의 쌩뚱한 말에 피식 웃더니 테이블에 놓인 하얀 냅킨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흘리지도 않을텐데 뭐 하러 그래요?"
쓸데없이 귀찮은 짓을 왜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테이블에 양팔을 올려 깍지를 낀 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젠 아예 소파에 기대 자지러지
게 웃어 재끼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커다란 웃음소리에 하나둘씩 이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은 그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봐요, 당신 사람들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거 잘 알았으니까 이
제 그만 웃어요. 난 나한테 꽂히는 사람들 시선을 굉장히 꺼려한다고요!
"너, 정말 재밌는 거 알아?"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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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웃음을 그치고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는 나의 기분 나쁘다는 반문에 뭐라 대
꾸할 생각이 없는지 메뉴판을 들어서 나의 째리는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나에게 뭐 먹을
거냐고 묻더니 내가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만 노려보고 있자 제멋대로 주문을 했다. 퓨전
코스 요리와 와인 한 병을 주문한 걸 보니, 내가 별로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다는 것을 이
미 눈치챈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예약까지 해놓은 마당에 뭐 먹고 싶은 거 있느냐
고 예의상 가볍게 묻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리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현악기 조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잔잔한 클래식이 연주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곱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현악
4중주를 펼치고 있었다.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관두고 주문한 요리가 나오
는 동안 창가에만 시선을 두었다. 이른 저녁 시간이지만 해가 짧아진 덕에 벌써 어스름해진
밤거리를 색색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밝혀주고 있었다. 학교에 오가는 거 아니면 그다지 외
출하지 않는 나에게는 이런 거리가 낯설기만 했다. 동기들이 모이는 잦은 술자리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현란한 젊음의 밤거리와는 동떨어진 나였다. 서원이와 지유 그리고
지윤이가 있는 조촐한 술자리에나 종종 가서 안주만 집어먹다가 오는 정도에 그치는 재미없
는 대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 게 더 익숙했다.
"나 좀 봐줘."
별 생각 없이 창가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나의 귀로 허스키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는 나를 불러놓고는 특별히 할 말은 없어 보인다. 나는 잔잔한 미소가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금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색찬
란한 밤 풍경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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