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살 때나 중고차를 살 때 언제든 항상 붙어 오는 차량 사용자 설명서(Owner's Manual, User's Manual)가 있습니다.
이를 모두 정독 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내용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또 이해하기 힘든 말도 많이 적혀 있으므로 읽다 보면 지루해 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고치는 사람이 아닌 일반 운전자라도 사용자 설명서에 적혀 있는 릴레이 및 퓨즈박스의 위치와 각각의 기능에 대해선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보다 빨리, 멀리 가기 위한 운송 수단으로 자동차가 개발된 이후에 자동차에는 탑승자들의 편의성이나 주행의 안전성 등을 위해 많은 전기 장치들이 추가 되었습니다. 전조등이나 와이퍼 등의 운전 보조 장치, 에어백이나 ABS 같은 안전장치, 실내등이나 오디오 같은 편의 장치 등 수 많은 전기 장치들이 작동하는 가운데 이 전기 장치들은 각각 자기만의 전기 회로들을 가지고 있으며, 예기치 않은 전기 충격으로 인한 회로의 소손, 또는 화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정해진 규격의 퓨즈를 사용하게 됩니다. 과전류 인가시에 실제 전기 시스템에 손상이 가기 전에 퓨즈가 먼저 끊어져서 회로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차량 소유자 대부분은 이 퓨즈의 기능이나 모양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계통의 문제가 발생시 퓨즈박스를 열어 직접 교환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릴레이(Relay)라는 또 하나의 전기적인 보호 장치에 대해서까지 알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릴레이는 이름 그대로 전기를 전달, 연결시켜 주는 전기 부품을 말하는 것이며, 퓨즈처럼 회로를 보호하는 기능은 물론 전기신호의 전달, 신호의 분기(Branch), 신호의 역전(Reverse), 신호의 증폭(Amplification) 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각각 55W인 양쪽의 전조등을 작동시키려면 9.2A 정도의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조등 스위치만으로 9A 이상의 전류를 통전 시키려면 스위치의 크기도 커져야 하며 On/ Off 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기 스파크도 우려가 됩니다.
또한 4~5 시간을 연속으로 작동 시키려면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전조등, 안개등, 턴 시그널, 와이퍼, 실내등, 도어록, 파위윈도우 등등 주먹만한 스위치가 수십 개 달려 있다고 상상을 하면 아마도 운전대를 설치할 공간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아마도 히터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만져보면 여기저기가 따끈따끈 할 테니까요. 실제 자동차가 모두 앙증맞은 작은 스위치들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작은 스위치에 작은 전기 신호를 사용하여 실제 전기장치가 아닌 릴레이만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스위치의 명령을 받은 릴레이는 자기의 회로에 연결되어 있는 전기 장치인 실제 전조등이나 와이퍼, 뒷유리 열선 등 많은 전류를 소모 하는 장치를 작동 시킵니다. 즉 작은 전기신호를 큰 전기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신호의 증폭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좌우의 전조등이 각각 다른 릴레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스위치 하나로 두개 이상의 릴레이를 작동 시켜서 양쪽 전조등을 동시에 작동 시키는 시스템으로서 신호의 증폭 및 신호의 분기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입니다.

릴레이 중에 평소에는 회로에 전기가 통하게 되어 있다가 스위치 입력 신호를 받으면 전기를 끊어 버리는 NC 릴레이(Normal Close Relay)도 있습니다. 스위치의 On 신호를 받아 회로를 Off 하는 것으로 신호의 역전에 해당하며 이는 안전장치나 비상 정지 장치 등에 많이 사용되며, 레이싱카의 사고시 연료펌프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Emergency Fuel Stop 기능에 사용되기도 합니다.